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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소식

미래를 지배할 기술 "자바홈"

모 건설업체의 광고. 한 여성이 “너도 이거 아니? 밖에서도 집안 전등을 끌 수 있어”라고 말하자, 광고 모델인 이영애씨가 도도하게 “난 그런 거 몰라”라고 말한다. 이용자가 직접 끄고 켜지 않아도 스마트 기술이 안 쓰는 에너지를 알아서 차단해준다고 한다. 최첨단 U-시티 기술이다.

그런데 U-시티 기술의 현 주소는 어떤가. 최신 신도시 입주자가 아니라면 U-시티 기술은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다. 게다가 주택 경기의 침체와 최대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LH)공사의 부채 문제가 맞물리면서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업이 내년 이후로 미뤄졌으며, 최근에는 미분양, 미입주로 신도시 조성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그 수익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년 간 혈혈단신으로 자바 기술을 활용해 U-시티 플랫폼을 만들어 온 사람이 있다. 강신동 지능도시 대표(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와 만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어느 날 지인이 리트윗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S를 활용해 LG전자의 로봇청소기를 조정하는 동영상이었다. 지인에게 연락했더니 관련 동영상을 만든 강신동 사장이 주인공이라고 소개해 줬다. 사진은 잘나온게 없어서 뺐습니다.

강신동 대표는 자바 개발자 커뮤니티(JCO) 창립 발기인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제1회 JCO 컨퍼런스에서 자바 기반의 홈네트워킹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그 때부터 꾸준히 U-시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준비해왔다고 했다. 바로 U-시티를 위한 미들웨어와 플랫폼이 그것이다.

강 대표는 자신이 자바를 활용해 U-시티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를 레고 블록에 빗대어 설명했다. “레고는 조립부의 규격을 통일해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다양한 모양으로 조립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자바 용어로 바꿔보면, 각 블록이 하나의 모듈이고 조립부는 인터페이스 API입니다. 지금 U-시티 사업에서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구축하는 것들을 보세요. 각기 조립부의 모양이 다른 여러 SI업체들의 블록을 가져와서 억지로 끼워 맞춥니다. 각 레고 블록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만 관심이 있지, 조립부 규격을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는 뒷전입니다. 그러다 보니 버그도 많고 시스템이 불완전해집니다.”

U-시티 플랫폼은 도시를 설계하는데 적용되는 거대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인터페이스를 맞추는 작업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U-시티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도시를 구성하는 각각의 U-시티 모듈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U-시티는 PC나 전자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한 번 하려고 도시 전체를 셧다운 할 수가 없습니다. 자바와 C#과 같은 버추얼 머신(VM) 모드가 아닌 다른 언어들은 컴파일 과정에서 링크가 끝나기 때문에 컴파일 이후에 일부분만 수정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반면, 자바는 동적으로 클래스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레고 블록에서 부분만 바꿔서 업데이트를 할 수 있습니다. 자바가 U-시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최적인 이유입니다.”

그렇게 그는 지난 수년간 자바 기반의 U-시티 플랫폼인 ‘자바홈(JavaHome)‘을 손수 개발해왔다. 직접 톰캣과 유사한 JSP엔진을 만들어 올리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버(MAS)도 직접 만들었다.

MAS는 외부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로 자바홈에 접속할 때 해당 모바일 디바이스가 어떤 통신사를 사용하는 어떤 디바이스인지를 확인해서 적절히 동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보다 상위 모듈을 만드는 엔지니어는 MAS와 정보를 주고받는 자바클래스 API를 연결하기만 하면 MAS에 접속한 디바이스가 어떤 디바이스인지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그는 이처럼 기술의 레이어를 분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규격에 맞는 API로 연결되는 블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U-시티 플랫폼 뿐만 아니라 여러 층의 레이어로 구성되는 모든 플랫폼이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강신동 사장은 이와 같이 여러 업체가 함께 움직여서 표준 API에 따라 레고블록 형태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 만연한 SI 구조를 깨뜨리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일회성 SI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통일된 규격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레고블록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각 레이어에서 레고 블록을 만드는 업체들이 서로의 제품이 잘 되면 나머지 관련 제품이 함께 잘 팔리는 공생관계가 형성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레고 블록을 자신의 원하는 비즈니스 로직에 맞게 조립해서 사용하면 된다.

U-시티 플랫폼을 위한 인터페이스 API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 ‘U자바 포럼’을 창립했다. 지금은 참여하는 업체들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가 그리는 미래는 미미하지 않았다.

상위 레이어의 제품과 하위 레이어의 제품이 표준 API로 밀접하게 연결되면 하나의 제품이 팔리면 상위나 하위 제품이 함께 팔리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앞으로 표준 API를 따르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사이에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U-시티 플랫폼의 발전 과정에서 U자바 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SI 방식의 국내 U-시티 플랫폼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이 불가능하지만, 이와 같이 여러 업체가 뭉쳐 통일된 표준으로 만들어나간다면 토종 U-시티 플랫폼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몇 년 전에 유비쿼터스와 U-시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갑자기 붐업이 됐던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열기가 얼마 못갔어요.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유비쿼터스 전시장을 가보면 굉장히 재미있게 꾸며놨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그런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하려면 적어도 수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멋지지만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기술이었습니다.”

그는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해지면서 PC의 활용도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PC 하드웨어의 체감 가격이 점점 저렴해지는 추세에 주목했다.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하나 만들고 소프트웨어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 보다 저렴하게 일반 가정에서도 첨단 U-시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는 하드웨어에서는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소비자들이 U-시티를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직접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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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홈 센서바

그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자바홈(JavaHome) 센서바’다. 광센서와 LED, 온도센서와 적외선 포트 등 간단한 센서들을 탑재한 제품이다. 비록 탑재된 센서는 기초적인 수준이었지만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직접 하드웨어를 생산해 오픈마켓에서 2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센서바를 구입한 고객에게 자바홈 소프트웨어가 1년간 무상으로 제공되며 내년부터는 월 5천 원씩 사용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직접 자신이 만든 ‘자바홈’ 플랫폼과 센서바를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시연해 보였다. 비록 하드웨어는 초보적인 수준이고 소프트웨어의 UI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기능면에서 볼 때 그가 만든 플랫폼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U-시티 기능을 저렴한 가격대에서 실제로 구현해내고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의 연계가 눈에 띈다. 외부에서 아이폰이나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을 활용해 집안의 보일러와 선풍기, 조명과 오디오, 디지털 카메라와 로봇 청소기 등을 켜고 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센서바가 설치된 실내에서 아침에 조명을 켜면 기상 음악과 함께 오늘의 날씨를 음성으로 읽어주거나, 저녁에 조명을 끄면 잔잔한 취침 음악을 들려주다가 PC 등 전자제품을 함께 종료해주는 기능도 시현해 보였다. 모든 모듈이 블록 형태로 구현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렵지 않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바홈 플랫폼과 인프라를 활용해 일반 소비자들이 고가의 U-시티 기술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U자바 포럼을 통해 U-시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중소 가전업체들과 손잡고 공동의 인터페이스 API를 활용하는 U-시티 플랫폼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픈 바람이다.

그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U-시티 기술은 꼭 비싼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해야만 누릴 수 있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저렴하게 어느 가정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가 그리는 이상이 소정의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포럼 회원들에게는 관련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U자바 포럼을 통해 강신동 대표에게 문의해보셔도 좋겠다.

강신동 사장에게 물었다. 큰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셨으면 좀 쉽지 않았을까라고. 강신동 사장이 말했다. “초기부터 자바를 해와서 웬만한 IT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는 이들보다 많이 벌고 있어요”라면서 “10년간 이 꿈을 이루기 위한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이제 이런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자신감 때문이죠.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졌으니 정말 큰 기업들과 함께 일해봐야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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